한 줄 감상평: 실리콘 벨리에서 이토록 황당한 대 사기극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하다.
이런 사람에게 추천: 쉬는 날 흡입력 강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추천. 소설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다는 점이 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건 덤.
사담 가득 감상평:
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. 엘리자베스 홈스라는 엄청 똑똑하고 열정 만수르인 한 여자가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혈액 검사계의 유니콘 같은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를 차리려 고군분투하는 우당탕탕 실리콘벨리 이야기. 홈스는 특유의 낮은 중저음 톤 목소리, 스티브 잡스 오마쥬 스타일로 무장 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본인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. 회사 직원들은 물론이고 유명한 정재계 인사들까지 다양한 인맥들이 홈스에게 매료되었으며 이는 투자유치로 연결, 홈스는 단숨에 회사를 유니콘 스타트업 (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, 설립한 지 10년 이하 스타트업의 명칭)으로 성장시키며 본인 역시 유명 인사가 된다. 수많은 인터뷰와 잡지 커버는 기본!
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는 유명무실, 건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부실했고, 그 부실함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나중에는 진짜와 가짜의 분간조차 어려워지는. 한 개인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면 어떤 결실을 맺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(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건 생략).
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라는 점이 책을 더욱 더 흥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.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?라는 생각을 오만 오천 번은 한 것 같다.
재미도 있었지만, 한편으로는 읽으면서 계속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, 왜 그런지 생각해본 결과는 대략 이러하다:
- 여전히 남성 중심인 실리콘 벨리. 홈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중요 등장인물들이 죄다 남자였다. 읽다 보면 홈스처럼 똑똑하고 집안 좋은 여자가 오죽하면 중저음 목소리에 본인 브랜딩에 저리도 집착하겠나 싶은 생각이 절로든다.
- 남자든 여자든 짝을 잘 만나야 한다. 홈스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거기에 성격 이상한 남자친구까지 더해져서 더욱더 큰 파멸을 초래했다. 홈스 남자 친구가 조금이라도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었다면 일을 이 지경까지 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. 오히려 홈스의 남자친구는 본인의 사리사욕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었던 것도 안타깝다.
- 투자자들에 대한 고찰. 여러분 투자를 할 때는 조금 더 잘 알아보고 하셔야죠...? 조금만 더 눈여겨 보았더라면 분명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홈스의 열정에 눈이 멀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기업들과 개인들. 심지어 한분은 손자와 연도 끊길 정도였다니!
- 여성 CEO 에 대한 편견. 안 그래도 남녀성비 어려운 실리콘벨리에서, 비록 이번 일은 홈스 개인의 흥망성쇠였지만 알게 모르게 다른 여성 CEO 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으려나, 하는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.
시간 떼우기 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! 추가로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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